전기차(EV)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,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환경 이슈가 도사리고 있습니다. 바로 폐배터리 처리와 재활용 문제입니다.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명이 다하면 폐기되는데, 이 폐배터리는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부적절하게 처리될 경우 환경 오염 및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. 폐배터리 문제의 현황과 주요 쟁점,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활용 기술 및 정책 과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.
1. 폐배터리, 왜 문제가 되는가?
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약 8~10년의 수명을 가집니다. 이후에는 차량 주행에 필요한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폐기 대상이 됩니다. 하지만 이 폐배터리에는 여전히 많은 중금속과 유해물질(리튬, 니켈, 코발트 등)이 남아 있으며, 화재 위험성과 중금속 누출로 인한 환경오염 가능성도 큽니다.
- 배터리 매립 시: 중금속이 토양과 지하수로 유출될 수 있음
- 불법 폐기 시: 공기 중으로 유독가스 방출, 화재·폭발 위험
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폐배터리를 단순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하거나 2차 사용하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추세입니다.
2. 국내 폐배터리 발생 현황
한국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2024년 기준 약 50만 대를 넘어섰으며, 이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도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.
- 2025년 예상 폐배터리 발생량: 약 1만 톤
- 2030년 예상 폐배터리 발생량: 약 8만 톤
지금은 아직 폐배터리 회수량이 적지만, 2026~2030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처리 수요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. 이 시기를 대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.
3. 폐배터리 처리 방식은?
폐배터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됩니다.
1) 재사용(Reuse)
- 전기차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(ESS) 등으로 2차 활용
- 태양광 발전소, 공장, 빌딩 등에 저장용 전력 공급용으로 사용
- 장점: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연장 활용 가능
- 단점: 안전성과 품질 보증 문제가 있음
2) 재활용(Recycling)
- 배터리를 분해해 리튬, 니켈, 코발트 등의 금속 원소를 추출
- 추출된 금속은 새로운 배터리 생산에 재투입
- 화학적 처리, 열분해, 습식 공정 등 기술 필요
- 장점: 자원순환 효과, 수입 의존도 감소
- 단점: 고비용, 처리 효율과 친환경성 개선 필요
4. 국내외 재활용 기술 동향
1) 한국
- LG에너지솔루션, 포스코퓨처엠, 성일하이텍 등 주요 기업이 재활용 사업 진출
- 환경부는 K-순환경제 로드맵 통해 폐배터리 회수율 80% 목표
-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에서 폐배터리 실증 사업 활발
2) 중국
- 세계 최대 폐배터리 발생국
- CATL, GEM 등 리튬·코발트 회수 사업 선도
- 정부는 폐배터리 등록 의무화
3) 유럽
- EU 배터리 규제법 개정 → 2030년부터 재활용 원료 최소 함량 의무화
- UMICORE, BASF 등 글로벌 화학 기업이 재활용 기술 개발
4) 미국
- 테슬라, 리비안 등 자사 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 체계 구축 중
- REDWOOD Materials, Li-Cycle 등 재활용 스타트업 부상
5. 향후 과제와 정책적 개선 방향
폐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한 재활용 기술뿐 아니라, 제도적, 산업적, 기술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합니다.
1) 회수 체계 강화
- 전기차 폐차 시 배터리 자동 회수 시스템 구축
- 배터리 식별 및 이력 관리 시스템 도입 (배터리 패스포트)
2) 재활용 기술 고도화
- 고순도 금속 추출 기술 개발
-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 최소화
3) 민간-공공 협력 확대
- 지자체와 기업 간 배터리 회수 협약 체결
-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 및 실증 공간 제공
4) 경제성 확보
- 폐배터리 원료의 안정적 공급 확보로 원자재 수입 의존도 감소
- 재활용 원료의 품질 기준과 가격 경쟁력 확보
6. 결론 – 폐배터리는 부담 아닌 기회
전기차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이지만, 폐배터리라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.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새로운 순환경제 산업의 핵심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. 전 세계적으로 폐배터리 시장은 2030년까지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, 한국 역시 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출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. 앞으로는 폐배터리를 단순히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닌, 자원화·재활용 가능한 2차 자원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.